::: 2015년 09월 국립암센터 뉴스레터 :::

::: 2015년 9월 국립암센터 뉴스레터 :::

◀ (왼쪽부터)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생물학과 복수전공 박용희(24), 강원대학교 시스템면역과학과 장승희(26),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의생명화학과 윤정미(22),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분자생명과학과 유지혜(26) 학생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피펫(Pipet·액체의 일정량을 가하거나 꺼내는 기구)을 다루는 손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흰 가운을 걸치고 알록달록한 시약이 가득한 실험실을 분주히 오가는 이들의 모습은 여느 전문 연구원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4주 전만 해도 이들은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다. 매년 진행되는 국립암센터 여름학생인턴 연수과정에 뽑힌 이들은 대학생 연구원들이다. 이 과정에 선발된 대학생들은 8주간의 연수기간 동안 국립암센터 연구소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의 각 부서에 배치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올해 연수과정에는 존스홉킨스대학,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 국내·외 유수의 55개 대학에서 154명이 지원하여 31명의 대학생이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윤정미씨는 암 연구를 하는 담당 교수님의 추천으로‘여름학생인턴 연수과정’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많은 연구기관 중에서도 왜 ‘국립암센터’를 택했는지 묻자 그녀는 “국내 최고의 명성에 최고의 연구진을 갖춘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호텔 경영학과 생물학을 복수 전공하는 박용희씨는 어려서부터 생물학에도 관심이 있어서 복수전공을 자연스럽게 선택했다며 암에 대해 좀 더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한다.

같은 학생연구원이지만 윤정미, 박용희, 장승희씨는 비교생명의학연구과, 유지혜씨는 시스템종양생물학과에 소속돼 있다. 다른 연구원들 역시 총 18개의 부서로 나뉘어져 인턴십 활동 중이다. 연구과와 세부 주제는 달라도 이들은 ‘암’에 대해 연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정미씨는 세포 내 단백질을 추적 조사 중이며 박용희씨는 암세포에 형광을 묻혀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험 중이었다.

장승희씨는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유전자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쥐는 연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실험동물이지만 모체 내에 새끼를 품는 체내 수정을 한다. “수정란이 형성되고 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려면 모체의 배를 갈라야 해서 어렵고 힘들죠.” 그러나 제브라 피쉬는 암컷이 낳은 알 위에 수컷이 정액을 뿌리는 체외 수정 방식을 따른다. 또 알이 투명해서 배아 발생 과정을 관찰하기 용이하다. 그는 “연구 주제에 대해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암세포의 대사에 영향을 주는 효소의 발현에 대해 실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실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묻자 네 명이 이구 동성으로 대답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랩 미팅을 해요. 이날 발표할 실험 결과를 내기 위해서 월요일부터 목요일이 돌아간다고 보면 돼요.” 결과를 내기까지 적어도 3일 이상 걸리는 실험도 있다. 어떤 실험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저녁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따라서 정해진 스케쥴은 없지만 본인이 알아서 미리 일주일간의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금요일 랩 미팅에는 같은 랩실의 다른 연구원들과 본 인의 연수책임자까지 모두 동석한다. 유지혜씨는 “제가 일주일 동안 뭘 했는지 발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긴장이 되고, 또 발표 내용을 들어보시고 그 다음 주에는 뭘 연구하면 좋을지 피드백을 주시는 자리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정미씨는 “실험이 항상 원하는 결과만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결과가 잘 안 풀렸을 때 속상하긴 하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여름학생인턴 연수과정에 뽑힌 대학생들은 처음 1~2주 동안에는 각각 배정된 소속부서 연구원들에게 기본적인 실험장비를 다루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실험 샘플을 받아 배대로 따라하는 연습을 거친다. 장승희씨는 “이게 1대 1 과외 수준인데 대학원생이 아니라 실제 필드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배우기 때문에 학부생으로서는 얻기 힘든 경험”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연수과정이 갖는 특징은 또 있다 . 윤정미씨는 “의생명화학과 전공이다 보니 주위에 연구실에서 인턴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얘기를 듣게 돼요. 여기에서는 명확한 연구주제와 목적을 세우고 학생이 실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만 친구들이 하는 연구를 들어보면 반복적이고 간단한 실험 보조에 참여하는 정도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장승희씨는 “전문성도 없고 학교수업을 듣느라 바쁜 학부생이 이런 경험을 쌓기는 힘들어요. 국립암센터 프로그램이 학부생에게 좋은 이유가 여기서는 실제 필드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코칭을 받을 뿐 아니라 비싼 시약을 다룰 기회도 얻을 수 있어서죠.”라고 말했다. 그 밖에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 이은숙 연구소장 등 명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논의를 나눌 있다는 점도 이들은 장점으로 꼽았다.

여름학생인턴 연수과정을 거치며 진로 탐색에 대한 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윤정미씨는 본래 졸업하고나서 제약회사나 화학회사에 취직 할 생각이었으나 국립암센터에서 일하면서 대학원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장승희씨는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학부부터 석박까지 10년, 15년씩 공부하고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 까지도 일하세요. 더군다나 석·박사를 밟는 대학원생은 실험이 실패 할 경우 졸업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지금 그 정도의 위험 부담이 있는 건 아니니까 미리 예고편을 경험한 것 같아요.” 이어 그는 “전 세계에 어디든지 나와 같은 주제로 연구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약대나 의대를 포기하고 여기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 학문은 국경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각오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겠구나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립암센터 여름학생인턴 연수과정을 자신의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다. 4명 모두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는 100% 추천입니다.” “네. 저도요.” 생물학에 관심이 있거나 향후 연구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국립암센터 학생연구원 과정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향후 인턴십 과정에 도전할 학생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는지 묻자 유지혜씨는 자신이 처음 연구실에 와서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 여기에 들어왔을 때 저희 담당 선생님께서 최고 역량을 발휘해서 인턴십에 참여하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꼭 연구원이 되는게 아니더라도 기왕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도전했다면 제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어영부영하지 말고 주어진 8주라는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해보라는 거였어요.”

이들 모두 ‘여기 와서 실험장갑만 잔뜩 쓰고 간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막상 본인이 참여하는 연구 주제를 설명할 때면 눈빛이 진지함으로 반짝였다. 연구원으로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암 전문 인재풀이 한층 풍부해졌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