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국립암센터 연구부소장 김윤희입니다. 가을은 연구소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시기입니다. 한 해 동안의 연구성과를 돌아보고 내년의 연구를 준비하며, 연구자들의 집중과 헌신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부터 연구소장님 주재로 진행된 연구소 간담회는 각 연구과의 방향과 성과를 공유하며 연구자 간 소통을 한층 강화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서로의 연구역량과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기초 암연구에서 첨단 차세대 기술개발에 이르기까지 우리 연구소가 지닌 폭넓은 연구 역량과 잠재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의 융합연구와 새로운 협력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연구소는 이러한 경험과 협력의 흐름을 바탕으로, 기초부터 임상, 예측·예방, 정책연구에 이르는 전주기 암 연구와 중개연구를 한층 더 심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연구현장과 임상이 긴밀히 이어지고 지식과 경험이 활발히 교류되는 연구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연구소는 합리적이고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연구자 한 분 한 분이 중심이 되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그 에너지가 의미 있는 성과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곧, 연구자들이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연구계획을 제출하며 평가받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이 시기마다 연구자 여러분이 보여주시는 집중력과 도전정신은 우리 연구소가 나아가는 진정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과제를 준비하며 연구비를 확보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마다 여러분의 끈기와 창의성이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연구성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연구소가 연구자들의 생각과 열정이 자유롭게 이어지는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연구가 가을의 결실처럼 풍성한 성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며, 항상 현장에서 변함없는 헌신으로 최선을 다해 주시는 모든 연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립암센터 연구소 연구부소장 김윤희
국립암센터&서울대 연구팀, 구강암 정밀 치료 새 분류 체계 개발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김윤희 교수(분자영상연구과), 최성원 교수(희귀암센터 구강종양클리닉), 신동관 교수(생물정보연구과), 그리고 이미림·강수민·이종현 박사가 서울대학교 권익재교수팀 (치의학대학원 구강악안면외과)과 공동으로, 환자 유래 구강암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한 ‘미니 장기(오가노이드)’를 활용해 구강암을 형태학적으로 새롭게 분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구강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더 효과적인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 IF 11.6)’ 2025년 5월 12일자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형태 분류 기술에 유전체·전사체 분석을 통합함으로써, 구강암의 예후와 약물 반응성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구강암은 재발률이 높고, 진행성 단계에서는 5년 생존율이 30%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불량한 대표적인 희귀난치암이다. 특히 유전체 돌연변이율이 낮고, 분자적 세부 유형이 명확하지 않아 치료 타깃 설정이 어려운 암종 중 하나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강암 환자의 조직 샘플로부터 총 76종의 암 오가노이드를 제작하여 구강암으로서는 세계 최대 수준의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 뱅킹을 구축하고, 오가노이드의 형태학적 특징을 기준으로 ▲정상형(normal-like), ▲치밀형(dense), ▲포도송이형(grape-like) 등 3가지 세부 유형으로 분류한 뒤, 이들 세부 유형이 임상 예후에 따라 명확히 구분됨을 확인했다.

특히 치밀형과 포도송이형 오가노이드는 ‘TP53 유전자’ 돌연변이율이 87% 이상으로 높았으며, 종양 돌연변이 부담(TMB)도 증가해 재발 위험이 높고 생존율이 낮은 환자군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정상형 오가노이드는 항암제 반응성이 우수하고 예후가 양호한 세부 유형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신동관 교수 연구팀이 AI 기반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함으로써 오가노이드의 외형적 특성에 따라 자동으로 유형을 분류할 수 있는 ‘형태 점수(morphology score)’를 도출했다. 해당 알고리즘은 약 82%의 정확도로 오가노이드 세부 유형을 구분할 수 있어,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아울러, 연구팀은 유전체 및 전사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오가노이드 세부 유형의 약물 반응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치밀형 오가노이드는 다수의 표적 항암제에 대한 저항성을 보였으나, DNA 손상 반응 경로(DDR)를 표적으로 하는 ATR 억제제(BAY1895344)와 표준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병용 투여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난치성 구강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책임자인 김윤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구강암의 낮은 유전체 변이율과 높은 이질성으로 인해 치료 타깃 설정이 어려웠던 문제를, 오가노이드 기반의 형태학적 분류와 다중 오믹스 통합 분석을 통해 극복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연결시킨 정밀의료 연구의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최성원 교수는 “구강암에서 기존에 임상 병기 기반으로 한 획일적 치료는 환자마다 치료반응이 다른 문제점이 있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의 종양 특성을 반영한 오가노이드 형태 기반 분류와 약물 반응 예측까지 확장된 것은 환자맞춤형 구강암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임상적으로 매우 큰 진전”이라며 “이는 희귀난치성 구강암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암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용어설명>
○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Patient-derived organoid) :
환자의 실제 암 조직에서 세포를 채취해 유전자 및 조직학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실험실 내에서 3차원(입체) 형태로 배양한 미니 장기 또는 미니 종양이다. 실제 암세포 특성과 매우 유사하여 치료반응을 미리 시험하는데 사용할 수 있어서 환자 맞춤형 치료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 전사체 분석 (Transcriptome analysis) :
세포 내에서 실제로 작동 중인 유전자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가 활발하게 발현되는지를 파악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암의 진행 상태, 특성, 약물 반응 등을 예측할 수 있어 정밀의료 및 표적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 종양 돌연변이 부담(TMB: Tumor Mutation Burden) :
암세포의 유전자가 정상과 비교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암 조직 속 유전자의 돌연변이 수를 측정하여 암세포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 다중 오믹스 통합 분석 :
유전체(유전 정보), 전사체(유전자 작동 정보), 단백체(단백질 정보) 등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종합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여러 층의 정보를 한꺼번에 분석하면, 암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발병 원인이나 치료 반응 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PALB2 유전자' 연구성과,
대한진단유전학회 우수논문상 2년 연속 수상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강민채 연구원이 최근 서울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대한진단유전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번 수상은 지난해 MUTYH 유전자에 대한 논문으로 같은 상을 수상한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유전성 암과 관련된 유전자 중 하나인 PALB2의 병원성 변이는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고, 관련 진료 지침이나 상담 기준도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Generation Sequencing)을 이용한 검사가 본격 도입되면서, PALB2 병원성 변이를 확인받는 환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수상을 한 논문은 PALB2 변이를 가진 사람이 어떤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를 다룬 여러 국제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해당 유전자 변이의 발생 빈도, 암의 종류별 위험도, 그리고 이를 어떻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번 수상에 대해 강민채 연구원은 “수상하게 되어 기쁘며, 본 논문이 유전성 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논문을 지도한 국립암센터 공선영 교수는 “ PALB2 유전자는 비교적 최근에 알려지다 보니 유전상담 현장에서 환자에게 설명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했다”며, 이번 논문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암생존자헬스케어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유전성 암 환자 및 가족 코호트 연구(RS-2023-CC139201)’를 통해 진행했으며, 삼성서울병원 장미애 교수, 세브란스병원 원동주 교수, 한양대 구리병원 박종은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하정숙 교수, 한양대 박보영 교수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앞으로도 유전성 암 환자의 특성을 전향적으로 분석해 나갈 예정이다.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자궁경부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 규명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 김주영 박사 연구팀이 방사선치료를 받은 국소 진행성 자궁경부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의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자궁경부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분자 암(Molecular Cancer)’(IF=27.7)에 게재되었다.
자궁경부암은 고위험군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감염으로 발생되는 여성암으로, 발생율과 사망률이 전 세계 여성암 4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조기에 발견되면 수술을 시행하지만, 종양 크기가 크거나 임파선 전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암으로 발견되거나 또는 원격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면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로 치료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매년 약 3,200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방사선치료는 이 질환의 완치에 큰 역할을 한다. 최근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며 자궁경부암에도 신약의 사용이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자궁경부암은 다른 고형암에 비해 분자생물학적 특성이 잘 밝혀져 있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들이 다소 획일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개별화된 치료가 요구되어야 하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 가 있었던 질환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첨단 단백체 분석기법을 통해 실험된 결과를 유전체, 전사체실험기법과 함께 통합분석하여 자궁경부암을 6개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으로 도출하였다. 이 중 3개의 특성은 치료 예후가 좋은 환자군, 나머지 3개의 특성은 치료 예후가 나쁜 환자군으로 나타났으며, 각각의 특성에서 분자생물학적 특징과 바이오마커들이 발굴되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세포와 동물실험, 종양조직을 활용한 면역세포의 다중형광염색등을 통하여 검증되었으며,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자궁경부 선암에 비해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자궁경부 편평세포암에서도 방사선치료에 잘 듣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이 암세포 자체의 치료저항성 보다는 암 주변의 미세환경이 중요 기전임이 밝혀졌다. 즉, 편평상피암의 3번 특성은 종양주변의 섬유화가 두드러지고, 5번 특성은 특별한 면역억제환경이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강한 치료저항성을 보이는데 이와 관련된 물질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암치료방법이 개발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국립암센터의 단백유전체 연구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2016년 9월 개최된 한‧미‧일 암정밀의료 협력연구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약 7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연구는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의 김주영 박사가 총괄 주도하였으며, 김상수 책임연구자, 신혜진 연구원과 함께 참여하였다. 또한, 고려대학교의 이상원 단백체분석팀, 서울대학교의 황대희 생물정보학팀, 서울대학교 정기훈 교수팀과의 협력연구를 통해 결실을 이룰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방사선의학연구과 김주영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성된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는 국립암센터 연구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개되어 자궁경부암 환자 맞춤형 치료 개발을 위한 정밀의료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수술 없이 방사선치료로 치료되는 진행성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정밀의료기반의 치료 전략을 제시한 중요한 성과로 평가되며,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높은 치료저항성을 보이는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치료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한 연구로 평가된다. 앞으로 관심 있는 연구자들에 의해 신약과 방사선치료의 병행에 대한 후속 임상연구가 요구된다.
<용어설명>
○ 다중오믹스 분석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안에는 유전자(DNA), 전사체(RNA), 단백질, 대사물질 등 다양한 생체 정보가 담겨 있다. 이러한 각각의 정보를 개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오믹스(Omics)’라고 하며, 이처럼 여러 종류의 생체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다중오믹스 분석(Multi-omics analysis)’이라고 한다.
젊은 유방암의 생물학적 특성과 유전자 검사 후 인식 연구

국립암센터 유방암외과 정소연 교수와 표적치료연구과 강민채 연구원이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종양학회(AOS) 및 제51차 대한암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각각 ‘최우수 연제상(Outstanding Abstract Award)’과 ‘최우수 포스터상(Best Poster Award)’을 수상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 분야 국제학회인 아시아종양학회와 국내 암 연구를 대표하는 대한암학회(이사장 라선영)가 공동 주최하였으며, 국내외 연구자들이 최신 암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장이었다.
정소연 교수는 전체 초록 중 단 4명에게만 수여되는 ‘최우수 연제상(Outstanding Abstract Award)’의 영예를 안았다. 정 교수는 카이스트 최정균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젊은 여성에게 유방암이 증가하는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고자 최신 유전자 분석기법을 활용해 암세포 및 주변 미세환경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젊은 유방암 환자에서는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MYC 유전자의 활성이 높고, 염증성 섬유세포가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MYC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로, 원래는 몸의 정상적인 성장에 필수적이지만,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암세포가 빠르게 자라고 퍼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면역 회피 및 치료 저항성과도 관련이 있어, 향후 연령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민채 연구원은 유방암 또는 난소암 진단 후 유전자 검사를 받은 한국 여성 1,045명을 대상으로,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질병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클수록 우울, 불안,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졌으며, 이러한 심리 상태는 암의 병기나 진단 연령만큼이나 환자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연구는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포스터상(Best Poster Award)’을 수상하며 학술적 의의와 임상적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두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진단검사의학과 공선영 교수는 “이번 수상은 오랫동안 공동 연구를 함께해 온 유방암센터 및 자궁난소암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해당 임상 연구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유전 및 정밀의료 기반의 암 진단과 관리 연구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사업(RS-2024-0040756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RS-2024-00440814), 보건복지부의 공익적 암 연구사업(NCC-1810861, 22105243, 2410821)과 암생존자 헬스케어 연구개발사업(RS-2023-CC139201)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유전성 암 환자를 위한 헬스케어 세미나 개최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헬스케어연구단(단장 장윤정) 주관으로 최근 국립암센터 검진동 8층 대강의실에서 「유전성 암 환자 및 가족의 맞춤형 진료를 위한 헬스케어 기술 적용과 의료진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유전성 암에 관심 있는 의료진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유전성 암의 진단과 치료 전 과정에 걸쳐 최신 연구 동향과 실질적인 임상 적용 방안을 폭넓게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세미나는 암생존자헬스케어연구단(KOCAS)이 주최하고, 제1세부과제 ‘한국인 유전성 암 환자 및 가족 코호트 구축 연구’(연구책임자 공선영)와 제2세부과제 ‘유전성 암 환자 및 가족, 의료진과의 공유결정을 위한 맞춤형 헬스케어 기술개발’(연구책임자 정소연)이 공동 주관했다. 행사는 총 2부로 구성되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박선영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가 「유전성 암 환자 및 가족을 위한 의사결정 보조도구의 활용과 효과」를, 정희두 대표(㈜헬스브리즈)가 「공유 의사결정을 위한 의료 애니메이션(Medical Animation)의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2부에서는 김지선 교수(부천 순천향대학교병원)가 「유전성 유방난소암(BRCA* 변이) 진료 시 고려사항」, 유금혜 교수(국립암센터)가 「유전성 소화기암 관리」, 채희정 교수(분당서울대병원)가 「유전성 암 환자의 맞춤 전신 약물요법」, 김연주 교수(국립암센터)가 「TP53* 변이를 가진 암환자에서의 방사선 치료」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각 세션 후에는 참석자와 연자 간의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 BRCA(Breast Cancer gene) :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로, 변이가 있을 경우 유전성 유방·난소암의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게 증가함
* TP53 :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종양 억제 유전자로,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다양한 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짐
장윤정 암생존자헬스케어연구단장은 “이번 세미나는 유전성 암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진료 경험을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였다”며,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상수 박사팀, BRCA1결실 유방암에 대한 치료법의 개발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 김상수 박사 연구팀이 최근 BRCA1 유전자 결실로 유발되는 유방암의 발생과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BRCA1 단백질은 DNA 손상 복구, 세포 주기 제어, 중심체 복제 및 세포 사멸과 같은 유전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종양 억제단백질이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유전성 유방암 및 난소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A1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은 70세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57%,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이 40%로 보고된다. 또한 이 돌연변이로 인한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삼중 음성 유방암의 특성을 나타내고 공격적인 경향이 있어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에게 정기적인 유방 검진과 함께 유방암 위험 감소를 위한 유방·난소절제 수술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BRCA1 돌연변이 유방암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예방과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올라파립(AZD2281)을 이용한 보조 항암화학요법이 추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지만, BRCA1 결실 유방암에 대한 대처가 시급히 필요하고 치료 옵션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 김상수 박사 연구팀은 2000년도 초반부터 유전자적중방법을 이용하여 마우스의 BRCA1 유전자가 특이적으로 제거된 마우스 아바타를 이용하여 BRCA1 결실 유방암에 대하여 연구해왔다. 이 실험용마우스의 경우 BRCA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어서, BRCA1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유방암이 발생된다. 이 마우스에서 발생된 유방암의 특성은 사람의 BRCA1 돌연변이 유방암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BRCA1 돌연변이 유방암의 예방과 치료에 적합한 타겟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이와 같이 마우스 아바타를 이용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비해서 훨씬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가능성 있는 치료 타겟을 신속하게 발굴할 수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에서 대사의 변화로 인해 암이 더 쉽게 악성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주목해, BRCA1 돌연변이 마우스 아바타의 모델을 사용하여 대사 조절단백질인 mTOR가 BRCA1 돌연변이 유방암의 발생 및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적 및 약리학적 저해를 통해서 연구하였다. 그 결과, mTOR 유전자를 없앤 BRCA1 돌연변이 마우스에서는 유선 발달이 억제되고 종양 형성률이 37.5%에서 6.9%로 감소했고, mTOR 를 억제하는 약물인 에베로리무스를 15개월 장기간 투여했을 때, 대조군(93%)에 비해 종양 발생률이 46%로 유의미하게 감소되었다. 또한 이미 유방암이 생긴 마우스에 mTOR 억제제를 투여하니 유의미하게 종양의 진행이 억제되고 생존기간이 연장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유방암이라 하더라도 개체 간 에베로리무스에 대한 반응성에서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암조직으로 오믹스 분석을 수행한 결과, 류코트리엔-호중구 활성화가 약물 민감성과 내성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mTOR 억제를 통해 BRCA1 관련 유방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전임상적 근거를 제시하며, 향후 임상연구로의 확장을 통해 환자 치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상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BRCA1 돌연변이유방암의 예방과 치료 모두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타겟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향후 mTOR 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생체지표로 활용될 수 있어, 앞으로 후속 임상 연구를 통해 BRCA1 돌연변이 보유 환자들에게 정밀의학 기반 맞춤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 김상수 박사 연구팀(공동 제1저자: 백혜정·조은주 연구원), 서울대학교 황대희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한근희 대학원생),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황창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되었으며, 국립암센터 공익적암연구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용어설명>
○ 마우스 아바타 :
특정 암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마우스모델로 적합한 항암 치료법의 발굴과 치료효과 예측에 이용되어 맞춤 치료시대의 구현에 역할이 기대됨
○ 삼중 음성 유방암 :
세 가지 주요 수용체(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황체호르몬 (프로게스테론), HER2 단백질)가 없는 유방암으로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 가능성이 높음
○ 류코트리엔-호중구 활성화 :
류코트리엔(leukotriene)은 우리 몸이 염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때 만들어지는 물질이며, 호중구(neutrophil)는 몸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가장 먼저 공격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이다. 류코트리엔이 호중구를 자극해 더 강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과정을 말하며, 이 과정이 너무 과도하게 일어나면 염증이 심해지거나,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음
○ 유전적 및 약리학적 저해 :
유전자 조작(변형 또는 억제)이나 약물을 이용하여 특정 단백질, 효소, 신호 전달 경로 등의 생물학적 기능을 억제하거나 방해함으로써 그 기능이나 역할을 연구함을 의미
○ 오믹스 분석 :
대상이 되는 생명시스템 내의 생체분자의 전체 세트를 광범위하게 분석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이해하고, 질병 바이오마커를 식별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최신 연구 방법임
유전성 암 환자, 가족을 위한 공유의사결정 도구 개발
국립암센터 정소연(유방암센터), 공선영(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립암센터와 대구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한 국제 연구 결과를 유전의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제네틱스 인 메디슨(Genetics in Medicine, IF 6.9)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성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지원도구의 개발현황을 체계적이고 세부적으로 분석한 첫 종합 연구이다.

- (좌) 정소연 교수, (우) 공선영 교수 -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등 유전성 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유전자 검사, 예방 수술, 자녀 계획, 가족에게 정보 전달 등 삶의 전반에 걸쳐 복잡한 선택을 끊임없이 해야한다. 이러한 결정은 수술 및 항암 치료와 같은 암 치료 방향뿐 아니라, 삶의 방식, 가족의 유전검사, 미래 자녀 계획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큰 심리적 부담을 초래한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 환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돕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의사결정 지원도구(Decision Aid Tool)가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도구의 개발 현황과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국내 유전성 암환자와 가족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지난 15년간 전 세계에서 개발된 23개의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대상으로 개발 현황과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다음과 같은 주요 결과를 확인했다.
- 유전 상담 이외에 의사결정 도구를 함께 활용할 경우, 환자의 의사결정 역량이 향상되고, 의사결정에 대한 갈등은 줄어들며 선택에 대한 만족이 증가하였다.
- 유전성 유방암 및 난소암 여성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도구는 다수 존재하지만, 기타 유전성 암, 남성 환자, 가족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는 매우 드물었다.
- 전체 의사결정 지원도구의 81% 이상이 북미와 유럽에서 개발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실제로 활용 가능한 의사결정 지원도구가 거의 없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박선영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는 “본 연구는 유전성 암 환자와 그 가족이 마주하는 복잡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지원 도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로, 지금까지의 의사결정 지원도구는 서양 중심, 백인 여성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맞춤형 도구 개발이 시급하다”고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은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유전성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 부분에서 환자와 의료진 간의 ‘공유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적용되기를 기대한다”라고 격려하였다.
본 연구는 국립암센터 정소연 교수(유방암센터), 공선영 교수(진단검사의학과)가 책임연구자로 주축이 되어, 김연주 교수(방사선종양학과), 최윤정·유금혜 교수(암예방검진센터), 이은경 교수(유방암센터)가 참여하고, 서울대학교 채희정 교수(혈액종양내과),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선영 교수(간호대학), 고신대학교 김유림 교수(간호대학), 스위스 바젤대학교 마리아 C. 카타포디(Maria C. Katapodi)(간호대학)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한 국제 협력 연구로,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국립암센터가 주관한 ‘암생존자 헬스케어 연구사업 (23F1940)’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폐암 환자의 치료 내성 유형별 맞춤 치료 전략 제시

국립암센터 한지연 박사(치료내성연구과), 김선신 박사·박찬이 박사(표적치료연구과) 연구팀은 난치성 폐암 환자 유래 암세포를 활용해 유전체 변화와 약물 반응성을 추적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주요 질환이다(2024년 기준). 특히 동아시아를 포함한 우리나라에서는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돌연변이 빈도가 높아, 이를 표적으로 한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 치료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초기 치료 반응률은 높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 시작 후 1~2년 내 약물 내성이 발생해 새로운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난치성 폐암 환자 34명으로부터 치료 과정 중 폐암의 재발시점마다 채취한 총 73개의 종양 샘플을 확보해, 종양의 유전적 변화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추적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이 운영하고 있는 약물 반응성 예측용 ‘약물 유전체 플랫폼’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EGFR과 TP53* 돌연변이를 중심으로 종양의 진화 유형을 분류하고, 유형별로 치료 저항성 기전과 효과적인 약물 조합이 달라짐을 규명했다. 특히 EGFR 변이가 소실되면서 내성이 발생한 환자군에서는 EMT(상피-중간엽 전이)* 활성화로 기존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두 가지 저항성 세포 유형을 명확히 구분했으며, 그 중 치료와 무관하게 잔존하는 세포군을 재발 위험 인자로 확인하고, 폐암 전이 및 예후 악화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활용 가능함을 제시했다. 연구진의 폐암 환자 세포를 활용한 약물 유전체 플랫폼은 실제 환자의 종양 반응과 높은 유사성을 보여,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모델을 개발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생명과학 저널이자 생화학분자생물학회 공식 학술지인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IF 12.9)에 최근 게재되었다.
<용어설명>
○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
세포 표면의 신호 수용 단백질로, EGFR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신호가 없어도 세포가 계속 자라 암 발생을 촉진한다. EGFR 표적 치료제는 이 잘못된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 :
세포 성장과 분열에 관여하는 ‘타이로신 키나아제’라는 단백질이 있다. 일부 암세포에서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마치 ‘꺼지지 않는 스위치’처럼 세포가 계속 자란다.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는 이러한 잘못된 신호를 차단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표적치료제이다.
○ TP53 :
암 억제 단백질 ‘p53’을 만드는 유전자로, 손상된 세포를 수리하거나 제거해 암 발생을 막는다. TP53에 변이가 생기면 손상된 세포가 계속 살아남아 암이 커지거나 치료 저항성이 커질 수 있다.
○ EMT(상피-중간엽 전이, 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
상피세포(벽돌처럼 단단히 붙어 있는 세포)가 더 느슨하고 이동이 쉬운 중간엽 세포로 변하는 과정이다. 원래는 상처 회복이나 발달 과정에서 필요한 현상이지만, 암세포에서 EMT가 일어나면 전이를 촉진하고 치료제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
암세포로 바뀌는 ‘결정적 순간’ 에 대한 규명

국립암센터 신동관 교수(생물정보연구과)는 KAIST 조광현 교수팀(바이오및뇌공학과)과 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분자 ‘복귀 스위치’를 찾아내는 시스템생물학* 기반의 원천기술 ‘REVERT’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대장암 환자 유래 세포 모델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4.1) 2025년 1월 22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기존 암 치료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처럼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재프로그래밍’* 치료는 부작용을 줄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법으로, 오랫동안 학계의 목표로 제시되어왔다. 문제는 어떤 유전자를 조절해야 세포를 되돌릴 수 있는지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경계 지점인 ‘임계전이 상태’*를 포착했다. 이는 세포가 암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의 상태로, 외부 개입이 이루어지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세포 안에서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지 지도를 만들고, 수천 번의 가상 실험을 수행한 결과, YY1과 MYC라는 두 유전자가 세포 운명 전환의 핵심 스위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유전자는 세포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억제할 경우 세포가 정상 성질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또한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가 함께 조절하는 지점을 추적해, 새로운 타깃으로 ‘USP7’을 발굴했다. 이어 환자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에 USP7 억제제를 적용한 결과, 암 조직의 성장은 크게 줄고 정상 대장 조직의 특징이 일부 회복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REVERT의 예측이 실제 실험으로 입증된 사례로, 암세포가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신동관 교수는 “기존의 암 치료가 암세포라는 기계를 부수는 망치였다면, REVERT는 그 기계의 회로도를 이해하고 잘못된 스위치를 찾아내 다시 켜는 정밀한 도구와 같다”며, “세포의 운명을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포·오가노이드 수준의 기초연구 단계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임상적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암종으로 확대 적용해 새로운 예방·치료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암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과 기초연구실사업, 그리고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질병중심 중개연구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되었다.
<용어설명>
*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
생명현상은 하나의 유전자나 단백질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난다. 시스템 생물학은 이러한 복잡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IT기술과 수학적 모델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분석하고, 분자세포생물학(BT) 실험과 결합하는 연구방법이다. 즉, 생명을 개별 부품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생명현상을 체계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바이오 융합 연구 패러다임이다.
* 암세포 재프로그래밍 치료(Cancer Cell Reprogramming Therapy) :
현행 모든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사멸시켜 치료한다. 이로 인해 암의 재발과 부작용 발생을 회피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재프로그래밍 치료는 암세포를 없애는 대신 암세포의 나쁜 성질만 억제하고 원래 정상세포의 기능을 되살려 암세포를 정상세포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 개념의 항암치료법이다.
*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 :
임계전이는 어떤 시스템이 특정한 순간(임계점, critical point)을 지나면서 갑자기 다른 상태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물이 100도에서 액체 상태로부터 갑자기 기체 상태로 변하는 기화 현상이 한 예이다. 주요 특징으로는 임계전이를 겪은 후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계점에 가까워질수록 시스템은 기존 상태와 새로운 상태가 공존하는 불안정한 상태를 거치게 된다. 암 연구에서는 세포가 정상세포에서 암세포로 바뀌는 과정이 바로 이런 “임계전이”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주)코스코인터케어, 수술용 형광 표지자 기술이전 협약 체결
국립암센터는 최근 ㈜코스코인터케어(대표이사 박성재)와 위·대장암 수술에 활용되는 ‘형광 수술 표지자’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첨단 연구성과를 국내 의료기기 전문기업에 이전하여, 의료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이전된 기술은 국립암센터 최용두 박사(융합진단치료기술연구과) 연구팀이 개발한 형광 수술 표지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복강경 수술 중 종양의 위치와 경계를 형광 신호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수술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절개를 줄여 수술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절개 방식을 최소화해 환자의 통증과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을 빠르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위와 대장처럼 장기 내부에 자리 잡은 암은 외부에서 직접 관찰하거나 손으로 만져 확인하기 어려워 정확한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인디아 잉크나 인도시아닌그린(ICG) 형광염료를 주입하여 종양 주변을 표시했으나, 번짐 현상이나 빠른 흡수로 인해 명확하게 경계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술이전 된 형광 수술 표지자는 이러한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여 주입된 염료가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최소 70일 이상 강력한 형광 신호를 발현해 종양의 위치와 경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는 동물실험을 통해 이 기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수술의 정확성 향상과 수술 시간을 단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국립암센터와 ㈜코스코인터케어는 지난 5년간 범부처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클립형 형광 수술 표지자의 국내 인허가를 완료하고 다기관 임상시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또한, 겔 형태의 표지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인허가 신청을 마쳤으며 국내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진출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번 위·대장암 수술에 활용되는 형광 수술 표지자 기술은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도 연구가 진행되어왔으나 상용화된 사례가 없었다”며 “국내 연구진과 기업이 정부의 지원 아래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게 된 것은 매우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코스코인터케어 박성재 대표는 “국립암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은 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기기 산업 전체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혁신 의료기기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형암 대상 CAR-T세포 치료제 개발 본격화

국립암센터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개발 연구단(단장 엄현석)」은 2025년도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고형암 대상 CAR-T세포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과제 선정을 통해 국립암센터는 고형암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연구의 기반을 강화하고,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본 사업은 국립암센터, 서울대학교 및 박셀바이오의 국내 3개 연구기관이 참여하였다. 간·위·난소·두경부전이성 뇌암 및 재발성·불응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여 CAR-T세포 치료제 임상연구 진입 및 완료를 목표로 하는 4개 과제와 이들 과제에 필요한 임상연구용 바이럴 벡터 및 T세포** 생산·공급 1개 과제 총 5개 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26년 이후에도 추가로 과제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 CAR-T세포 치료제가 혈액암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는 모습 -
CAR-T세포 치료제는 대표적인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로서 혈액암에서는 이미 상용화되어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전체 암종의 약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에서는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어 전 세계적으로 원천 및 임상기술 분야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연구단은 이러한 의료적·산업적 수요에 대응해 차세대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난치성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계획이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R&D 투자 확대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기조 속에서, 이번 연구단의 과제 선정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재발성·불응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지원은 희귀·난치성 질환 지원 강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하며, 암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대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엄현석 단장이 CAR-T세포 치료제 투약 중인 환자를 지켜보고 있다 -
또한 엄현석 단장은 “이번 과제 선정은 고형암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향한 첫걸음이자 도약대”라며, “연구수행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난치성 고형암 극복에 도전하고, 동시에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연구 총괄기관으로서 국내적으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원하는 사업 등과 협력하여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원천기술 개발 및 규제 정합성 연구를 추진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의 인력 교류 및 CAR-T세포 치료제 기술개발 관련 협력을 통해 2029년까지 항암제 분야 첨단재생의료 연구개발의 전주기 모델을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
<용어설명>
* CAR-T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치료제
CAR-T세포 치료제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하나로,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로 제작
환자로부터 채취한 T세포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기능이 강화되며, 이후 환자에게 다시 투여
이를 통해 환자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맞춤형 유전자변형 항암 치료가 이루어짐
** 바이럴 벡터(Viral Vector) 및 T세포
바이럴 벡터: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유전자 전달 도구로, 암세포 인식 및 T세포 강화 능력을 가진 CAR 유전자를 환자 T세포 내로 넣어주는 역할을 함
T세포: CAR-T세포 치료제를 제조할 때 기본이 되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로, 바이럴 벡터를 통해 CAR 유전자가 도입되면 암세포를 찾아 공격할 수 있는 맞춤형 치료 세포가 됨
강민채 연구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강민채 연구원이 최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8회 대한종양내과학회 국제학술대회(KSMO 2025)’에서 젊은 연구자상(Young Investigator Award)을 수상했다. 강민채 연구원은 유방암 환자가 유전상담을 받은 뒤, 어떤 요인에 따라 유전자 검사 방법을 선택하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이후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이 국내 도입되면서 환자들은 기존 BRCA1/2 검사 외에도 더 폭넓은 선택지를 갖게 되었지만, 실제로 어떤 환자가 어떤 검사를 더 선택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분석 결과, 여러 개의 암을 경험한 환자, 가족 중 다양한 암종의 암 환자가 있는 경우,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 최근에 검사를 받은 환자일수록 NGS 검사를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대표적 난치암인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상대적으로 BRCA1/2 검사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질병 특성뿐 아니라 인구학적·사회적 배경 역시 환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연구를 지도한 진단검사의학과 공선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들이 어떤 요인에 따라 의학적 선택을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의미 있는 연구로 향후 맞춤형 상담과 정책 개선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민채 연구원은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이번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암 치료의 탁월함, 혁신, 그리고 희망(Excellence, Innovation, and Hope in Cancer Care)”을 주제로, 최신 연구와 임상 데이터를 융합해 환자 중심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전 세계 47개국에서 2,000명 이상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었다. 한편, 해당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공익적 암 연구사업(NCC-2410821)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지식재산 경영 우수기관 선정
국립암센터는 최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범부처 공공기술이전·사업화 로드쇼’에서 지식재산(IP) 경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특허청장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국립암센터가 암 연구 성과를 산업적 가치로 확산시키고, 지식재산 관리와 기술사업화를 추진해 온 노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지식재산(IP) 경영 우수기관’은 특허청이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최근 3년간 지식재산 관리 체계와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하는 제도로 선정 기관에는 향후 3년간 특허청에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로 활용 가능한 지식재산 포인트가 지원된다.
국립암센터는 2014년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인 기술평가이전센터를 신설하고, 지식재산 및 기술이전 전담인력을 배치하여 ▲연구 성과의 조기 발굴과 특허 권리화 ▲전문적 IP 관리 체계 운영 ▲산업계와 연계한 기술이전·사업화 활성화 ▲미활용 특허의 효율적 정리와 비용 절감 등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암 연구 성과가 실제 임상과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연구 성과를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 치료와 암 산업 발전으로 이어가기 위해 지식재산 기반의 관리와 사업화에 집중해왔다”며, “앞으로도 공공연구기관으로서 국가 암 정복 연구 성과를 사회적 가치로 확산시키고,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살모넬라균’ 항생제 내성 비밀 풀었다

국립암센터 생명정보연구과 장석원 연구원은 서울대학교 은형종 박사, 아주대학교 이봉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 항생제에 살아남는 원인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항생제 내성균 문제 해결과 항암제 내성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X선 결정학법을 이용해 살모넬라균 속 독소-항독소 단백질 복합체(ResTA)의 3차원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ResT 독소 단백질이 항생제에 노출될 때 균이 살아남는 ‘지속성 균주’ 형성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ResT 단백질이 과활성화된 균을 분석한 결과, 세포 안의 ATP(세포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물질)가 축적되면서 균이 항생제를 견디고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을 통해, 연구팀은 지속성 균주를 억제하고 재감염을 막는 차세대 항생 전략의 기초를 마련했다. 지속성 균주는 유전자 변이가 없어도 항생제를 견디는 세균으로, 치료 후에도 살아남아 재감염을 일으키거나 내성균으로 바뀔 수 있어 항생제 내성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영양 결핍, 산화 스트레스, 대식세포 내부 환경 등 다양한 조건에서도 지속성 균주를 쉽게 형성한다.
장석원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ResT 독소 단백질이 세포 안 에너지를 쌓아 균이 살아남도록 돕는 메커니즘을 밝혀낸 성과”라며, “이 연구 결과는 항암제 내성 연구와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어 앞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약학 분야 최고 국제학술지 『Drug Resistance Updates』(IF 15.8)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 X선-결정학법 : X선 회절을 이용하여 단백질 원자 배열을 분석하는 방법
○ ResT(독소 단백질) :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거나 세포 내 기능을 방해하는 역할
○ ResA(항독소 단백질) : ResT의 독성을 막아 세균이 정상적으로 살아가게 돕는 역할을 하는 한 쌍의 단백질 시스템
○ 유전자 발현(전사체) 분석 (Transcriptome Analysis) : 세포는 환경 변화나 자극에 반응하여 특정 유전자들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며, 이러한 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가 세포의 기능과 운명을 결정한다. 전사체 분석은 특정 조건에서 세포 내 모든 유전자의 발현 수준을 동시에 측정하고 비교하는 분석 방법으로, RNA 시퀀싱 등의 고처리량 기술을 활용한다. 즉, 세포가 어떤 유전자들을 얼마나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세포의 상태 변화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분자생물학적 연구 방법이다.
국립암센터, 한국인 맞춤형 암 예방 가능성 제시
국립암센터 주관의 다기관 유전성 암 연구팀(RS-2023-CC139201)은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에서 암 발생 위험과 관련된 CHEK2 유전자 변이 분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서구 인구 중심의 기존 연구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인 맞춤형 암 조기진단 및 예방 전략 개발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CHEK2 유전자란 유방암, 대장암 등 여러 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유전자로,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암 발생 가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서구 인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인 1만 2천여 명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집단의 CHEK2 변이 양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동아시아인은 서구와 뚜렷이 다른 변이 패턴을 보였으며, 특히 서구에서 흔히 발견되는 변이(c.1100delC)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서구 연구 결과를 그대로 한국인에게 적용할 수 없음을 보여주며, 한국인 맞춤형 암 위험 예측과 관리 전략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Breast Cancer에 게재됐으며, 공동 연구자로는 삼성서울병원 장미애 교수, 세브란스병원 원동주 교수,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하정숙·김도훈·김경보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박종은·박보영 교수, 강북삼성병원 조은혜 교수, 녹십자 지놈 이태헌·기창석 박사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제1저자인 한양대 구리병원 박종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CHEK2 유전자 변이 특성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결과는 한국인 맞춤형 암 예방과 조기진단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공선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정밀의료 구현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인 특화 암 조기진단과 예방 전략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암센터 주관 다기관 유전성 암 연구팀은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징을 분석해,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고 맞춤형으로 예방·치료할 방법을 연구한다. 연구팀은 환자와 가족의 DNA를 분석하고, 여러 병원과 협력해 많은 자료를 통합 분석하며,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암 예방 전략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과 윤경실 박사 연구팀은 수선화과 식물인 상사화에서 추출한 천연물 성분 ‘나르시클라신(Narciclasine)’이 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과 함께 사용될 때 폐암세포의 사멸을 크게 촉진하는 작용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두 약물을 병용 투여했을 때, 암세포 내에서 세포 사멸(자살)을 유도하는 단백질 NOXA의 발현이 급격히 증가하고, 반대로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단백질 MCL1은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인 작용원리를 인체 내 고형암을 모사한 삼차원 종양편구를 이용한 in vitro 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단계별로 분석했다. 나르시클라신은 암세포 안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세포는 이를 막으려 보호 기전을 작동시키지만, 이 과정에서 MCL1 단백질의 생성이 억제된다. 여기에 시스플라틴을 함께 사용하면 NOXA 단백질이 더 많이 만들어져 MCL1이 분해되고, 결국 암세포는 스스로 죽게 되는 것이다.

윤경실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천연물 기반 병용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폐암 환자의 생존률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나르시클라신을 활용한 병용 치료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부터 천연물 유래 단일물질 라이브러리를 제공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암 연구 학술지 『Cellular & Molecular Biology Letters(IF 10.2)』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 시스플라틴(Cisplatin) :
여러 종류의 암에서 사용되는 항암제로,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죽게 만드는 약물로 신장독성이 강하고 암세포가 내성을 갖게 되는 문제가 있다.
○ 나르시클라신(narciclasine) :
상사화에서 얻은 천연물질로, 염증과 암세포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아포토시스(apoptosis) :
세포가 스스로 죽는 현상으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항암 치료의 중요한 기전이다.
○ NOXA/MCL1 단백질 :
NOXA는 암세포 사멸을 돕는 단백질이며, MCL1은 암세포 생존을 돕는 단백질이다. MCL1은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특히 심장, 간, 조혈세포)에서도 생존에 꼭 필요한 단백질이다. 그러나, 암세포는 MCL1 등 항아포토시스 단백질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과도한 증식으로 인한 세포 스트레스, DNA 손상 등으로 인해, 항암제 처리 시 더욱 민감하게 NOXA 유도 경로를 활성화하는 경향이 있어 NOXA 증가-> MCL1 억제->암세포사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정상세포에 비해 더 높다.
○ 소포체 스트레스와 단백질 미접힘 반응 :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인 ‘소포체’에 문제가 생기면 소포체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가 보호 기전을 가동하는데 이를 단백질 미접힘 반응이라고 한다. 나르시클라신으로 인해 단백질 미접힘 반응이 활성화되면 MCL1 단백질의 생성이 억제된다. 여기에 시스플라틴을 함께 사용하면, NOXA 단백질이 급격히 증가하여 MCL1의 분해를 촉진하고, 그 결과 MCL1이 더 줄어들어 암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김윤희 연구부소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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